
6월 말, 서울 국제 도서전이 또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해마다 이 행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무제'라는 출판사를 시작한 배우 박정민님도 출판사 부스로 참석하게 되어 하나의 마케팅 요소가 더해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요. 시대가 많이 바뀐 만큼 예전과 동일한 방법으로 책을 소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클래식하게 조용히 책을 펼쳐 앉아 있는 모습도 여전하지만,
SNS에 문장을 공유하고, 유튜브로 책을 보고, 모임에서 함께 글을 쓰는 모습들이 많이 보입니다.
2025년, 출판 업계는 어떤 흐름을 맞이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책을 소비하고, 만들어가고 있을까요?
책을 읽는 것이 힙한 시대 – ‘텍스트힙’ 현상
‘텍스트힙(Text Hip)’이라는 용어는 최근 몇 년 동안 출판 트렌드를 이야기 할 때 많이 언급 되었던 단어입니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감성적이고 멋진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
MZ세대를 중심으로 책의 문장을 공유하고, 감성적인 표지의 책을 들고 사진을 찍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책 한 권을 펼친 사진 한 장이 곧 그 사람의 분위기를 말해주고,
책 속 문장을 공유하며 나를 표현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
이런 흐름 속에서 ‘문장 수집형 독자’, ‘북스타그램러’, ‘디자인 감성 독자’가 등장했고,
책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자기 표현의 매개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에서 ‘작게라도 행동하라’로
몇 년 전엔 ‘너는 이미 괜찮은 사람이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메시지의 자기계발서가 유행했습니다.
그때는 코로나 이후 많은 것들이 일시중지되면서, 그 영향으로 삶이 무너진 사람들, 그 동안 너무 달려온 사람들에게 위로가 필요했죠.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릅니다.
이제는 “작게라도 움직여보자”, “하루 1%만 바뀌어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대세입니다.
『작은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
『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이런 책들이 꾸준히 팔리는 이유는,
사람들이 더는 거창한 성공보다는 지속 가능한 변화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천형 콘텐츠가 자기계발의 중심이 되는 요즘,
책은 이제 머리가 아니라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어요.
아, 물론 '부동산, 투자, 재테크'와 관련된 책은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출판사도 유튜브 하는 시대 – 민음사TV를 필두로
출판사는 고루하고 전통적이고 재미없는 산업이라는 인식을 바꾼 출판사가 있습니다.
바로 민음사죠.
코로나가 발병한 그 시기, 실내에 발이 묶여 온라인 세상이 미친듯이 성장한 그 때, 민음사는 '민음사TV'가 빛을 발했습니다. (채널은 그보다 1년 앞서 개설되었습니다)
출판계의 연예인, 조아란 부장님의 엄청난 센스로 수년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기를 듬뿍 얻고 있습니다.
책에 대한 소개는 물론, 출판 업계에서 일하는 삶에 대한 소개, 우리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책장 소개 등 콘텐츠 센스가 엄청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님의 책장 소개 편을 너무 재밌게 보았습니다. 출판까지 한 엄청난 사람이었다..)
이후 위즈덤하우스, 알마, 한겨레출판 등도 작가 인터뷰나 북토크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죠.
출판사는 이제 단순히 책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책을 둘러싼 라이프스타일을 기획하는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책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유튜브를 한다”기보다는,
“책을 더 깊이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접근이 온라인 세상에서 출판사의 저변을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독서 시대 – 이북, 오디오북, 웹소설까지
요즘 사람들은 책을 꼭 종이로만 읽지 않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독서 경험이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 e-book(전자책): 리디, 교보 Sam, YES24 북클럽
- 오디오북: 밀리의서재, 윌라
- 웹소설: 네이버시리즈, 카카오페이지
e-book은 무거운 책들을 들고 다니기 싫은 분들, 책을 보유할 공간이 부족한 분들이 많이 사용하시는데요.
e-book 자체는 오래 되었지만, 엄청난 기술 발달로 더 간편해진 e-book 리더기들이 한창 인기입니다.
특히 오디오북은 운동할 때, 운전할 때 듣는 멀티태스킹 독서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최근 핫한 무제 출판사의 박정민 배우님이 글을 보기 어려우신 아버님을 위해 첫 책으로 오디오북을 제작한 사실이 화제가 되었죠.
웹소설은 회차 단위로 짧게 소비할 수 있어 스낵형 콘텐츠의 대표 주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실 웹소설은 2000년대 초부터 활성화되어 꽤나 역사가 깁니다만, 제대로 산업화 되는 것은 요즘인 것 같습니다.
인기 웹소설이 드라마, 영화, 웹툰으로 확장되며 출판 = IP 산업의 출발점으로서 새로운 위상을 얻고 있음이 이를 뒷받침 합니다.
독자이자 작가, 그리고 동료 – 누구나 책을 쓰는 시대
출판은 더 이상 ‘유명한 학자, 소설가’만의 것이 아닙니다.
스마트스토어나 텀블벅을 활용한 셀프 퍼블리싱(Self Publishing)이 보편화되고 있고,
출판사와 저자가 협업하는 하이브리드 출판 모델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특히 주목할 만한 흐름은,
같이 쓰는 글쓰기 – 글방(글쓰기 모임)의 확산입니다.
제 주변만 해도 글방에 다니는 친구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함께 주제를 정하고, 매주 글을 쓰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소모임도 정말 많아졌습니다.
이런 글방에서 시작된 글들은 종종 공동 출간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독립출판 마켓에 나가거나 텀블벅 펀딩을 통해 독자와 직접 만나기도 합니다.
독서가 ‘혼자 읽는 행위’였다면,
글쓰기는 ‘함께 나누는 창작’으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죠.
나의 책 선택 방식: 오프라인 서점별 추천 & 인플루언서들의 추천
위에서 책을 소비하는 방식을 적다보니 문득, 그 책들은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번졌습니다.
저는 어떤 책을 읽어야겠다고 선택하는 방식이 크게 아래 두가지입니다.
1. 오프라인 서점(주로 교보문고, 때로는 독립서점)
- 대형서점(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매니아.. 종종 표지만 보고 그냥 고르기도 합니다.
- 독립서점(친구가 운영하는 금호동 hup(링크)을 주로, 여행가면 그 지역의 독립서점): 자주 가는 서점에서는 저의 근황, 고민을 살짝 이야기하면 관련된 책을 추천해주셔서
2. 인플루언서들의 추천
제가 좋아하는 분들의 영상을 보다, 인생의 가치관이나 살아가는 방식에서 닮고 싶은 분이 책을 추천해주면 잘 혹하곤 합니다.
이동진 평론가님의 파이아키아에서 추천해주시는 책도 종종 구매했고요.
김지윤 박사님과 전은환님의 롱테이크에서 추천해주셨던 '불확실한 걸 못 견디는 사람들'도 두 분 말씀 나누시는거만 보고 바로 구매했습니다.
이 외에도 종종 유튜브에서 대놓고 추천하는게 아니더라도, 이야기 도중에 나오는 추천 책에 관심을 많이 갖는 편입니다.
퇴사 후 책을 신나게 읽으면서 부쩍 책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는데요.
여러분들은 요즘 어떻게 책을 읽고 있나요?
그리고 또 그 책들을 어떻게 선택하시게 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