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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초중반, 퇴사한 이를 위한 책으로 건네는 위로

by naro00 2025. 7. 25.


요즘 주변을 보면 퇴사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이고요.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다 다르지만, 비슷한 말들을 주고받게 돼요.
"이젠 뭐 하지?", "괜찮은 걸까?", "나만 이런가?", "막막하다"
근데... "회사로 돌아가기 싫어!!"
 
사회적으로 좀 넓게 봐도 '쉬는 청년'이라고 하는, 잠시 쉬는 2030 청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관련 뉴스나 영상들을 보면, MZ세대는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해요.

퇴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들 하지만, 막상 사회가 바라보는 나는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에는 애매한 늦은 나이라 시작하기 두려워집니다. 실제 단순 아르바이트 조차 구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출근하던 루틴은 사라졌고, 시간은 많아졌지만 방향은 오히려 흐릿해졌어요. 마음이 심심하고, 괜히 불안하고, 가끔은 혼자 둥둥 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이 글은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리고 지금의 저에게 도움이 되었던 책들을 소개해보려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부담 없이 가볍게 읽어주세요!
 

퇴사 후, 지금 살아가고 있는 '곳'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면

퇴사하고 직장이라는 것을 떼어놓고 보니 서울에서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집 값, 속도, 경쟁… 일하지 않아도 마음이 계속 바빠지는 도시죠. 퇴사 후 한동안 카페에서 슬랙(업무용 메신저)을 켜놓고 있는 사람이나 직장인의 행색을 하고 있는 무리들을 보거나, 출퇴근의 지하철을 경험하면 너무 싫다! 지겹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올라왔습니다. 
그러는 날이 몇 주 이어지니, 30여년 동안 너무나도 친숙했던 서울이라는 곳이 어느덧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제가 가본 미국 도시..), 일본의 도쿄와 같이 그냥 한 나라에서 굉장히 경제와 인프라가 집중된 엄청난 '도시'라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럴 때 만난 책이 브로드컬리서울을 떠난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입니다.
자영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건 '공간/생활하는 곳'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소 무례할 수도 있는 "서울에서 버틸 재주가 없으니까 이주한 거 아니겠냐 묻는다면?" 이라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인터뷰이들은 기꺼이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그게 뭐라고 엄청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엠프티폴더스 김소정 대표'님이 "미디어가 퇴사를 조명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은?" 이라는 질문에, 
"미디어에 비친 퇴사자의 모습들은 너무 진취적이고, 생산적이고, 철학적이거나, 창의적이다. 마치 퇴사가 자기계발 활동 같다. 퇴사 뒤엔 무언가를 이뤄야만 할 것 같다. 하다못해 택이라도 한 권 써야 할 거 같다. 이런 분위기가 안타깝다. 정말 회사가 너무 힘들어서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 마음만 괜히 조급해지는 것 같다. 퇴사는 퇴사일 뿐일 텐데 말이다" 라는 답변을 합니다.
제가 불안하고 압박을 받는 딱 그 느낌이 정확히 이거구나 했습니다. 
 
새롭게 시도하려는 무언가에 대한 경험이 조금쯤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낭만적인 얘기만 있는 건 아니고, 현실적인 조언들도 담겨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막막할 땐, 작은 행동부터

시간은 많아졌지만, 자꾸만 손이 스마트폰으로 갑니다.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고 밤이 되던 날들. '이래도 괜찮은 걸까?'란 생각이 점점 커질 때, 안되겠다 싶어서 서점에서 자기계발 섹션에 있는 베스트 셀러들을 무작정 담아왔습니다.

  • 행동은 불안을 이긴다 – 롭 다이얼
  • 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 브라이언 트레이시
  •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 브라이언 트레이시 (*위 책의 후속작으로 내용은 유사함)

이 책들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결국 성공하는 삶의 진리는 아주 단순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진리는 시대가 달라도 거의 바뀌지 않더라고요.
✔ 잘 살고 싶다면, 목표상을 그려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푹 자고, 잘 먹고, 운동하라
✔ 긍정적인 말로 자신을 끊임없이 다독여라
✔ 배우고 성장하는 걸 멈추지 마라
 무엇보다 지금 당장 행동하라
책마다 말투나 비유는 달랐지만, 결국엔 '큰 이상향을 계속 되새김질 하며, 작은 루틴을 꾸준히 실천하라'는 메시지로 이어졌어요.
사실 모르는 이야기도 아니고, 학창시절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실행하던 루틴인데 성인이 되고 너무 풀어진 나머지.. 사실 목표를 잃은 나머니 다시 루틴을 만들기 어렵더라고요.
 
지금은 아주 작은 실천으로 우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앱을 지우고, 하루에 세번씩 "나는 나를 좋아한다. 나는 크게 될거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를 외치고 있습니다. 다소 유치하고, 또 아주 작은 변화지만 마음이 점점 안정되어가고 있습니다 :)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땐

어느 날은 그냥 아무 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계획도 목표도 없이, 가만히 있고 싶은 날. 그럴 땐 괜히 죄책감도 따라오곤 했습니다.
그때 위로가 되었던 책이 마스다 미리의 주말엔 숲으로. 저보다 먼저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던 동생이 선물이라며 건넨 책이었습니다. 가볍고 따뜻한 그림책 같은 느낌인데요. 특별한 이야기 없이도, 그냥 조용히 읽다 보면 마음이 조금씩 풀리더라고요. 
주인공도 딱 30대 초중반의 또래!
 
"인간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만 걷는게 아니다"
"부드러운 나무는 눈이 쌓여도 휘어질 뿐. 부러지지 않는거지"
"어두운 곳에서는 바로 발밑보다 조금 더 멀리 보면서 가야 해"
"동창회 갈거야? / 아니. 동안만들기 배틀, 무섭달까. 행복 경쟁, 지겹달까. 그리워하기에는 아직 이르달까."
"똑바로 나갈 것인지, 작게 회전하며 빠져나갈 것인지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저는 위의 문장들이 마음에 콕 박혔습니다. 문장만 봐도 너무 따듯하지 않나요.. 

 

그래서 결론은 '조금씩 천천히, 그래도 꾸준하게' 

 
때로는 정신이 번쩍 뜨이게 몰아붙이는 책으로, 때로는 숲의 공기 마시듯 쉼을 얻는 책으로 밸런스를 맞추며 퇴사 라이프를 즐기고 있습니다. 퇴사 후 가장 좋은 것은 원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 같아요. 물론 회사 다니면서도 읽을 수 있지만 일주일을 책으로 가득 채운 시간은 또 다른 귀한 시간입니다.
 
당장 방향이 완벽하게 보이지 않아도 괜찮을거에요.(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루틴 하나, 습관 하나로도 삶이 조금씩 정돈될 것이라는 책의 메시지를 새기며, 저만의 속도로 차근차근 가는게 중요하다는 또 다른 메시지를 새기며 천천히, 꾸준하게 나아가보자고요.
 
이 글이 그 여정에 잠시 들르는 쉼이 되길 바라고, 또 응원합니다! (물론 저를 제일 응원합니다..헤헷)